
권력 교체 이후, 이더리움 재단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2025년 3월,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 이하 EF)은 중대한 리더십 변경을 발표했다. 집행이사인 아야 미야구치가 일상 운영 업무에서 물러나 재단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동시에 샤오웨이 왕(Hsiao-Wei Wang)과 토마스 스탄차크(Tomasz Stańczak)가 새로운 공동 집행이사로 임명되었으며, 전 EF 연구원이자 커뮤니티의 큰 지지를 받는 대니 라이언(Danny Ryan)의 복귀도 함께 발표되며 커뮤니티의 기대감이 고조되었다.
시장에서 항상 주목받는 ETH 가격과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재단의 행보를 종합해 보면, 이번 인사 조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이더리움의 미래 방향성을 둘러싼 본질적인 담론임을 알 수 있다. 커뮤니티의 격렬한 논쟁과 리더십 교체 사이에는 시장의 압력과 기대가 깊게 작용하고 있다.
집행이사에서 의장으로: 명분상 승진일까, 실질적 하향일까?
7년간 집행이사로서 논란 많은 여정을 걸어온 아야 미야구치가 EF 재단 의장으로 승진했다. 겉보기엔 영예로운 승진처럼 보이지만, 실질 권한 분포 측면에서 보면 ‘명분상 승진, 실질적 하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핵심 자리인 집행이사는 기술 커뮤니티와 밀접한 왕과 스탄차크에게 돌아갔고, 아야가 맡게 된 재단 의장직은 사실상 재단의 이미지 대변자 혹은 상징적 존재에 가깝다. 이는 아야 본인의 활동 스타일에도 더 부합하는 역할이다.
2018년 아야 미야구치가 EF 집행이사로 취임했을 당시, 그녀는 이더리움을 보다 ‘비영리적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녀는 이더리움을 ‘무한한 정원(infinite garden)’으로 정의하며, 개발자들이 오픈되고 무허가의 생태계 안에서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또한 Devcon 컨퍼런스를 매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중심 행사로 자리매김시켰다.
(참고 기사: 고등학교 교사에서 이더리움 재단 의장까지, 아야와 그녀의 무한한 정원)
그러나 너무 이상주의적인 비전과 운영 스타일은 재단의 장기적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커뮤니티의 현실적 요구에는 부합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커뮤니티 내에서는 그녀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졌다. 일부는 그녀가 자원 배분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으며, 솔라나(Solana) 같은 경쟁 체인이 연이은 혁신을 이뤄내는 동안 이더리움의 반응이 느렸다고 지적했다. 당시 집행이사로서의 아야는 기술적 돌파보다 문화적 확산과 마케팅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EF가 지속적으로 ETH를 매각한다는 소식은 저조한 가격 흐름과 맞물려 많은 개발자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엄과 위치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낳았다. 커뮤니티의 논쟁은 극단으로 치닫기도 했고, 아야를 향한 과격한 언사와 생명 위협까지 발생하자 비탈릭(비탈릭 부테린)도 직접 나서서 커뮤니티를 진정시켜야 했다.
이제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아야는 전략적 방향성과 외부 협력에 집중하게 되며, 실질 운영권을 행사했던 시대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샤오웨이 왕(Hsiao-Wei Wang): 초기 핵심 연구원, 기술과 커뮤니티를 잇는 다리
새로운 공동 집행이사 중 한 명인 샤오웨이 왕(Wang)은 본명 왕샤오페이(王筱薇)이며 중국어권에서는 왕샤오페이로 알려져 있다.
아야와 달리 왕의 이야기는 코드와 커뮤니티의 교차점에서 시작된다. 2017년 그녀는 핵심 연구원으로 EF에 합류했으며, 국립교통대학교(NCTU) 네트워크 공학 석사 출신의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이더리움 핵심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샤딩(sharding)과 비콘체인(beacon chain) 분야에 전문성을 두었으며, 2022년 메르지(The Merge)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2018년, 그녀는 타이페이에서 이더리움 샤딩 워크숍(Ethereum Sharding Workshop in Taipei)을 주최하고 참여하며 전 세계 개발자들을 모았다. 이 행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부상과 함께 왕의 기술적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동시에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아시아 전역을 돌며 개발자 모임을 주최하고, 복잡한 기술 개념을 쉬운 언어로 풀어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데 앞장섰다.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가 처음으로 글로벌 R&D 팀을 현지에 직접 초청한 순간이었고, 분위기가 정말 최고였다”고 말했다.
Celer Network 창업자 드래곤 박사는 왕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2018~2019년 기간 동안 왕은 현재 유니스왑 재단(Uniswap Foundation) 책임자인 켄(Ken)과 함께 EF의 그랜트 프로그램을 담당했으며, 매우 적극적이고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아시아 및 화교 개발자들의 역량을 잘 이해하고, 그들에게 발언권을 얻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집행이사로서 왕은 기술 통찰력과 커뮤니티 구축이라는 이중적 과제를 떠안게 되었으며, 그녀의 등장은 이더리움이 기술 중심과 Grassroots 정신을 되찾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토마스 스탄차크(Tomasz Stanczak): 이더리움 인프라의 건축가
왕이 기술과 커뮤니티를 잇는 다리라면, 토마스 스탄차크는 이더리움 인프라의 건축가에 가깝다. 그는 실행 클라이언트 중 하나인 네더마인드(Nethermind)의 창업자로, 이 클라이언트는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2017년, 네더마인드는 폴란드의 작은 프로젝트에 불과했으며, 스탄차크는 몇몇 친구들과 바르샤바의 한 아파트에서 코드를 작성하며 효율적인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개발에 도전했다.
몇 년 후, 그는 네더마인드를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 파워로 성장시켰고, 네트워크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했다. 그의 관심사는 단순한 클라이언트 개발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MEV(Miner Extractable Value)와 PBS(Proposer-Builder Separation) 같은 분야까지 깊이 관여했다. 플래시보츠(Flashbots)의 초기 멤버로서, 그는 광부 중심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블록 제안 메커니즘 최적화 등을 통해 이더리움의 탈중앙화와 보안 강화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2024년 Devcon SEA에서 스탄차크는 무대 중앙에 서서 이더리움과 AI의 융합 응용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이제 EF의 공동 집행이사로서 생태계 성장과 핵심 가치 유지라는 임무를 맡게 된 그는, 엔지니어 출신의 전략적 안목을 통해 커뮤니티에 이더리움의 기술적 미래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

대니 라이언(Danny Ryan), 생태계 복귀로 모두의 기대 한몸에
인사 발표 이후 커뮤니티의 반응은 빠르게 퍼졌다. 트위터에서는 왕과 스탄차크의 기술적 배경을 높이 평가하며, 이더리움이 기술 중심으로 회귀하는 신호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반면 Reddit에서는 '단순히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비탈릭 역시 이 과도기를 공개 지지하며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된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더리움 커뮤니티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전 EF 연구원 대니 라이언도 이번 인사 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이더리움 생태계의 기관 마케팅 및 제품 부문 기업 이더럴라이즈(Etherealize)의 공동창업자로서 생태계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커뮤니티는 대니 라이언의 복귀가 이더리움을 더욱 성숙한 발전 궤도로 이끌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 1월 한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진행된비공식 설문조사에서, 대니 라이언이 EF의 유일한 리더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선정된 점이다.

여전히 피할 수 없는 '과도한 중앙화' 논란
EF의 이번 리더십 교체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불만, 시장 경쟁, 기술적 병목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 이더리움은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솔라나는 낮은 비용과 높은 효율로 ‘밈(Meme) 천국’을 조성하며 막대한 자금과 관심을 끌었고, 반면 이더리움은 여전히 높은 가스비와 네트워크 혼잡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ETH 가격은 비교 속에서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 깊은 문제는 거버넌스 구조에 있었다. EF의 의사결정 권한은 오랫동안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구조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점점 더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커뮤니티의 논쟁은 치열했고, EF를 향해 화살을 돌렸다. 아야의 리더십 아래에서 EF가 지나치게 수동적이었으며 경쟁 압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아야의 이상주의적 사고방식이 당시 시장 수요와 맞지 않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하며, “백성들이 고기를 못 먹으면 죽염을 먹으라 하는 꼴”, “이더리움 황금기를 망쳤다”는 등의 표현까지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 변경은 EF 고위층의 ‘중앙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탈릭은 이미 1년 전부터 아야가 의장직 전환을 스스로 제안했으며, EF 고위층 인사 결정의 최종 권한은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 변경은 커뮤니티 요구에 대한 반응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중앙화된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이루어진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은 결과만 본다, 이더리움은 균형을 찾아야 한다
왕과 스탄차크의 취임에 대해 커뮤니티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이것이 중앙화 구조 내에서의 형식적 조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기대와 의심이 뒤섞인 이러한 분위기는 변화 초기의 복잡성을 나타낸다. 아마도 커뮤니티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일시적인 신선함만 느낄 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투명한 자금 운영과 구체적인 개혁 조치일 것이다. 앞으로 몇 달간 새 리더십의 모든 결정은 확대경 아래서 검증될 것이다.
변화를 필요로 하는 이더리움 앞에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단 리더들은 이상적인 생태계를 꿈꾸겠지만, 꿈은 결국 빵으로만 버틸 수 없다. 암호화 시장은 더 이상 이더리움이 독점하는 세상이 아니다. 만약 EF가 계속해서 코인을 팔며 거창한 비전만을 이야기하고 커뮤니티의 현실적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이더리움의所谓 ‘탈중앙화’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미래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형식적 노력과 거대한 스토리텔링만으로는 더 이상 이더리움의 진정한 미래를 지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커뮤니티와 홀더들이 강제적인 건설과 무기력한 비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대신, EF를 포함한 이더리움 고위층은 탈중앙화된 발전과 중앙화된 의사결정 사이에서 진정한 균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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