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성남단에서 청와대로: 이재명의 10년 기본소득 실험
저자: 왕차오
한국의 신임 대통령 이재명은 여러 가지 레이블을 갖고 있다. 탄산음료 시장, 20일간 단식 투쟁, 아이돌 같은 존재감, 라이브 방송으로 국회 난입 등이다. 이러한 널리 알려진 이미지 외에도 그가 지난 10여 년간 걸어온 정치 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중요한 레이블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돈 나눠주기’다. 성남시에서 시작해 경기도로, 24세 청년에게서 농민과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제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 한다.
이재명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기엔 괴짜스러운 한 가지 아이디어를 차근차근 현실로 옮겨왔다. 그가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간단하다. AI 시대에 모든 사람은 사회적 부(富)를 무조건적으로 공유할 권리가 있는가?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개인을 단위로 하여 경제상황 조사나 고용 요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니버설 베이직 인컴(Universal Basic Income), 즉 조건 없는 기본소득이라 불리며, 줄여서 UBI라고 한다.
UBI는 앞선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 세기 동안 논의되어 온 아이디어다. 16세기 토머스 모어는 저서 『유토피아』에서 비슷한 구상을 처음 제안했고, 20세기 60년대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 ‘역진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이론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생전 마지막 책에서 ‘보장소득(Guaranteed Income)’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70년대에는 닉슨 행정부조차 UBI와 유사한 가족지원 계획을 거의 통과시킬 뻔했다. 21세기에 들어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리콘밸리의 기술 엘리트들부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까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UBI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논의하게 되었고, 수십 개 국가들이 UBI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현실화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재명이 가장 적극적인 UBI 옹호자이자 실천가다.
2016년 1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은 "미친 짓"이라 불릴 만한 일을 저질렀다. 바로 모든 24세 청년에게 돈을 주는 것이었다. 1인당 100만 원을 조건 없이 지급하고, 지역 내 소비만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포퓰리즘'이라 비판받았던 이 정책은 예상 밖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청년들은 실질적인 현금 지원을 받았고, 지역 상인들은 소비 증가 덕분에 혜택을 봤으며, 이재명 자신은 광범위한 정치적 지지를 얻게 되었다. 이 과감한 실험은 그가 더 높은 정치 무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 관할 인구가 90만 명에서 1300만 명으로 급증하며 한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게 된 그는, 원래 성남시에만 국한되었던 청년 기본소득 제도를 경기도 내 31개 시군 전체로 확대했다. 2022년에는 더 급진적인 실험을 농촌 지역에서 시작했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한 마을의 3880명 주민 전원에게 5년간 매달 15만 원의 조건 없는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실험은 기본소득이 건강, 지역 경제, 고용, 분배 불평등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더욱 포괄적이고 점진적인 UBI 계획을 제시했다. 핵심은 모든 한국 국민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초기 금액은 1인당 연 25만 원이며 임기 중 10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늘릴 계획이었다. 이 기본소득 제도의 연간 총 예산은 약 58조 원에 달했고, 이재명은 주로 토지 증값세와 탄소세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경쟁자 윤석열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율이 크게 상승한 바 있어 국민들은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이재명이 제안한 토지 증값세는 토지 가치에만 과세한다는 점에서 기존 세금과 차이가 있었지만, 그는 이 차이를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 다수의 국민이 그가 주장하는 “토지 배당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순수익자(Net Beneficiary)가 된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재명은 물러서야 했다. 다수 국민이 반대하면 전 국민 기본소득과 토지 증값세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청년층과 농민 등 특정 계층에 대해서는 기본소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이재명은 2022년 대선에서 0.7%의 극소수 차이로 패배했는데, 이는 아마도 그의 UBI 비전이 가져온 정치적 대가였을 것이다.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2025년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는 이재명의 UBI에 대한 입장과 표현 방식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오랫동안 UBI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며 친기업 정책, R&D 투자, 인공지능 발전 등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UBI는 그의 진보적 개혁 시도의 핵심 요소로 남아 있으며, 그의 정치적 이미지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5월 22일, 투표일까지 단 11일을 남기고, 누적된 지지율 우위가 너무 명확해졌는지, UBI로 인한 논란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듯 그는 다시 한번 ‘기본사회(Basic Society)’라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UBI 아저씨’가 돌아온 것이다.
‘기본사회’는 새로운 구체적 UBI 계획이라기보다는, UBI적 요소를 강하게 담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출생에서 노년까지 전 생애에 걸쳐 소득을 지원하는 체계의 로드맵에 가깝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핵심 이념은 변함없다. 이재명은 AI와 로봇이 생산을 주도하는 시대에 ‘모두가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전통적 가정은 이미 낡아빠졌다고 본다. 기술 혁신의 열매는 소수에게 독점되지 말고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명의 UBI 비전을 이해하려면 그 이면에 깔린 철학적 사고와 시대 인식을 파헤쳐야 한다. 그는 이를 사회 양극화, 4차 산업혁명의 충격, 소비 위축, 국민 경제권 보장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해결책으로 본다. 특히 기술 혁신 속에서 현대 자본주의는 구조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고용 없는 성장’과 빈부 격차 심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UBI는 민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며 복지와 경기 부양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고 본다.
또한 이재명은 UBI가 국민이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받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이 더 이상 유일한 생존 수단이 아닌 시대에 기술 발전의 혜택은 전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UBI는 노동의 의미를 재정의하여 ‘고통의 노동’에서 벗어나 ‘행복한 노동’과 자기실현을 추구할 수 있게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의 UBI 논의와 현실적 과제
이재명만이 한국에서 UBI를 지지하는 유일한 정치인은 아니다. UBI 개념은 한국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소득당’이라는 정치 조직까지 탄생시켰다. 이 당은 2020년 창당되었고 주로 인터넷을 통해 지지자를 모집하며 ‘모든 사람에게 월 60만 원’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이후 선거에서 국회의원 1석을 확보하기도 했다.
동시에 다른 형태의 소득 지원 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2022년 7월 서울시장 오세훈은 관내에서 3년간 시행되는 ‘안심소득’ 무작위 이중 맹검 실험을 시작했다. 이는 가구 기반의 역진소득세 제도로, UBI의 중요한 변형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핵심 메커니즘은 소득이 일정한 과세 기준선을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미달하면 세금을 면제받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재명의 정치적 라이벌인 국민의힘조차 당헌에 기본소득 개념을 포함하며 “국가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기본소득을 통해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UBI가 한국에서 주변부 아이디어에서 주류 담론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UBI가 한국이나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실현되기까지는 여전히 재정 지속 가능성, 사회적 합의 형성, 정치 및 행정적 조율 능력 등 거대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재명의 ‘기본사회’ 비전 역시 앞으로의 전망이 단지 이념의 우월성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다양한 난제들을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음은 자명하다.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재명이 UBI를 중심으로 펼쳐온 끊임없는 탐색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사회정책 혁신에 귀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물질적 생산이 극도로 풍부해지고 기술이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에 사회진보의 궁극적 척도는 무엇인가? 기계가 생산라인을 장악했을 때 이재명의 탐색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인간은 수동적인 적응을 넘어 스스로 존엄하고 가치 있는 미래 사회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그가 남길 수 있는 가장 깊은 정치적 유산일 것이다. 확정된 답이 아니라, 기술의 홍수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엄과 가치를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영원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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